그립다고 말하는 손짓

아무도 없는 산 속을 마냥 걸었다. 한참을 걷다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았다. 지나온 길이 까마득히 멀었다. 몸을 돌려 다시 가던 길을 걸었다. 한참을 걷다 길이 끝난 언덕위에 올랐다. 불과 3~400미터 아래 유르타가 있고 거기에 사람이 보였다.

아무도 없는 황량한 곳을 한참 동안 홀로 걸어서인지, 사람이 그리웠던지, 아니면 사람이 살지 않을 것 같은 곳에 사람이 산다는 것이 신기해서인지 한참을 서서 유르타 앞에 선 사람을 바라보다, 그 뒤 눈 덮인 천산을 바라보다, 언덕에서 돌아 내려왔다. 내려가 그를 만나고 싶은 충동이 일었으나 한편으론 두려움으로, 다른 한편으로 그도 낮선 사람을 경계할까봐 그냥 바라만 보다 내려왔다.

뭐가 아쉬웠는지 내려오다 만년설을 두른 천산을 배경으로한 그 언덕을 다시 돌아다 보았다. 아까 유르타앞에 서 있던듯한 사람이 내가 섰던 언덕 위에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다시 걷던 길로 내려가다가 이사람도 여기 살면서 사람이 그리웠겠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그가 아직 거기 서 있다면 손을 흔들어주리라 생각하고 돌아보았다. 여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 사람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도 내게 손을 흔들었다.

반가웠다. 왠지 그도 나와 같은 느낌일  것 같았다. 반나절을 홀로 걸으며 내가 느꼈던 감정이 인적없는 곳에 사는 그에게도 있을 것만 같았다. 내게 특별한 손짓을 하는데 무얼 말하는지 이해되지 않아 손을 흔들고 몸을 돌려 가던 길로 내려왔다. 오라는 손짓이었을지도 모른다. 차 한잔하고 가라는 손짓이었을지도 모른다. 갈길이 멀어 여유가 없다고, 다시 언덕을 오르려니 힘이 든다고 생각했다. 

다시 한참을 걷다 돌아보니 그는 아직도 나를 보고 있었다. 우리 사이가 너무 멀어져 그도 포기했는지 아까 했던 특별한 손짓은 더이상 하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다시 손을 흔들고 몸을 돌려 내려왔다. 다음에 이곳을 방문할 땐 손에 선물을 들고 찾아가 보련다.

멀리서나마 서로를 반긴 건 그리움 때문이었다. 그리움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통로가 된다. 누군가 당신에게 특별한 손짓을 보낸다면 그건 그립다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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