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텃밭을 가꿔볼 요량으로 지지난 해에 이어 지난 해에도 옆 마당에 작은 크기의 플랜트 베드를 만들었다. 지지난 해에 만든 플랜트 베드가 더 높고 좋았지만 수도와 거리가 멀고 주위에 키를 넘기는 잡초가 너무 빨리 자라 접근성이 떨어져 수도 가까이 하나 더 만들었더랬다. 

아내가 어디서 깻잎을 얻어와 오늘 당장 심지 않으면 안된다고 압박했다. 부슬비 오는 해질녘에 잡초와 잔디를 뽑기 시작했지만 잔뿌리에 붙어버린 진흙을 털어낼 수 없었다. 이 모든 잡초와 잔디를 뽑고나면 흙 레벨은 터무니 없이 낮아질 거라 내일 비도 그치고 흙이 좀 마르면 털어내면서 하자고 아내를 설득했다. 

드디어 오늘이 그 내일이 되어 어제 사다놓은 비료를 섞으며 작업했다. 잔디와 잡초를 뽑고 삽으로 땅을 뒤집는데 불과 몇 센티미터 아래 자갈 뿐만 아니라 건축물 데몰리션 한 곳에서 발견될만한 온갖 쓰레기들이 삽에 걸렸다. 벽돌, 콘크리트, 철사, 대못, 플라스틱, 유리, 슬라브, 단열재… 

단단해서 삽도 잘 들어가지 않았던 땅 위에 지지난 해에 모래를 깔았었는데. 그러고 보니 그 위에 벌써 잡초와 잔디가 뒤엉켜 무성히 자라고 있었던 거다. 그 아랜 문명이 배설해 놓은 쓰레기가 자리하고 있었고.

무릎을 꿇고 땅을 일구며 가만히 들여다 보니, 단단하고 쓸모없던 땅에 뿌리가 내리고 지렁이가 꿈틀대고 거미와 이름 모를 벌레들이 기어다니고 있었다. 벌레들이 농작물에 해를 끼칠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거기엔 수 많은 미생물들이 자라 단단한 흙안에 갇힌 모든 걸 분해하고 부식하는 작용을 했던 거다. 인간은 콘크리트를 바르고, 집을 세우고, 다시 집을 허문 그 터에 자연도 망가지고 땅도 오염되는데 자연은 부지런히 회복시키고 있었던 거다. 인간이 어지간히만 망가트리면 자연은 스스로 회복시킬텐데… 

땅에 미생물이 자라고 벌레와 지렁이가 기어다는 걸 회복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손바닥 만한 텃밭을 일구며 회복에 대한 생각에 희미한 빛이 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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