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담벼락에 죽은 듯 붙어있던 담쟁이 가지 몇을 얻어왔다.
화분에 담아 따듯한 거실에서 며칠 정성을 들였더니
생기없는 작대기에서 새순이 돋았다.
살았다.
거실에만 갇혀있는 게 미안해 햇볒을 보라고 발코니에 내 놓았는데
어느 밤에 다시 거실로 들여놓는 걸 잊었다.
그 밤에 밤새 봄비가 눈으로 변했고 온도는 영하로 떨어졌다.
아뿔싸, 다음날 보니 봉우리가 시커멓게 죽어있었다.
봄눈 보다 더한 겨울을 견딘 담쟁이라고
담쟁이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
그새 다시 봄은 봄을 찾았고
세상은 초록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다시 새순이 돋는다.
얼어붙은 땅에서
죽은 줄만 알았던
없었던 것 같았던
이름모를 생명들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신비함이
담쟁이에게도 일어나고 있다.
견뎌보자
봄은 온다.
담쟁이 안에 담긴 신비함이
우리에게도 담겼으리니.
마른 작대기 같은 시절을 지나더라도
소망은 우리 안에도 그렇게 꾸물대고 있을 터이니.